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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학 문제를 풀듯이 사랑도 정답을 찾는 시대입니다. 모든 것을 경쟁하는 사람들은, 사랑조차 등가교환의 법칙 안에서 따져 물으며 상처를 주고받습니다. 저자는 도미노처럼 개인을 짓누르는 세상의 부조리가 어떤 '가짜 사랑'으로 등장하는지를 촘촘하게 추적하며 주류 심리학의 한계를 비판하고, 왜 사회가 건강해야 하는지를 따져 묻는 우직함과, 사랑만큼은 계산기를 두들기지 말자는 다정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책입니다.

    김태형 (지은이), 갈매나무 (출판)

    사람을 살리는 진짜 사랑의 사회를 위하여

    별생각 없이 살다가 문득 내가 하는 사랑이 진짜일까 고민한 적이 있습니다.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는 제게 책이 마음에 꽂혔지요. 가짜 사랑을 사회가 권한다고? 가짜인 줄도 모르고, 열심히 사랑하는 것은 아닌지 두려운 마음이 됩니다. 가까를 말하기 전에 진짜를 먼저 알아야겠지요? 진짜 사랑으로 떠나는 불편한 여행을 시작합니다. 저자 김태형은 심리연구소 '함께'의 소장입니다.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임상심리학을 공부했어요. 주류 심리학에 대한 실망과 회의로 학계를 떠나 사회운동에 몰두하다 다시 심리학자의 길로 돌아왔습니다. 주류 심리학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한국 사회를 향한 꾸준하고 거침없는 발언으로 '싸우는 심리학자'라고 불리죠. 저서로는 《가짜 자존감 권하는 사회》, 《가짜 행복 권하는 사회》, 《한국인의 마음속엔 우리가 있다》, 《싸우는 심리학》이 있습니다. 부모의 조건부 사랑에 대해 말하는 부분입니다. 한국 사회는 신자유주의 물결에 따라 공동체가 무너지고 개인이 파편화되어 사랑을 나누고 배울 기회를 점점 잃어간다고 해요. 가장 마지막 공동체이자 사회의 기본이 되는 가정도 예외가 아니죠. 부모는 자식을 어떻게 사랑하나요? 예뻐서, 공부를 잘해서? 아닙니다. 그냥 자식이라서 사랑하는 겁니다. 어떤 조건도 붙이지 않고 자식이라는 존재 자체로. 하지만 요즘에는 부모들의 사랑이 점점 조건화되고 있어요. 시험 성적을 위해 아들에게 밤잠을 재우지 않는 엄마, 자녀의 대학 입시를 위해 모든 것을 거는 부모님들이 많습니다. 학원과 학원 사이를 뺑뺑이 돌리듯이 보내면서 부모는 말해요. 너를 사랑해서라고요. 정말 사랑한다면 그 대상이 불행한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저부터도 얼마나 많이 조건을 걸고 아이들을 대해왔던지, 얼굴이 화끈해요. 특히 큰 아이에게는 시험기간에 같이 보초를 서면서 말로는 독려와 격려지만 사실을 따져보면 감시인 일을 했습니다. 오죽하면 아이가 시험기간에 먹는 고기반찬을 싫다고 했을까요? 그때 저는 미성숙했고, 부모의 사랑을 몰랐습니다. 조건을 거는 사랑이 아니라 존재 자체로 인정하고 존중하며 사랑하는 법을요. 입으로는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조건을 걸게 되면 상대도 알게 됩니다. 자신이 사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요. 가끔씩 원하는 것이 있을 때 반찬에 신경을 더 많이 쓰고, 좋아하는 메뉴를 선택합니다. 얄팍한 내 조건이 모두 보이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해요. 그래도 인정해야 치유도 성장도 있는 것이니, 아프게 처방전을 들여다봅니다. 가짜 사랑이 판치는 사회의 문제점과 가짜 사랑에 대해 말해왔던 저자는 2장에서 진짜 사랑에 대해 말해요. 내가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중심이 되는 사랑, 상대를 나의 뜻대로 혹은 내 마음에 맞게 바꾸려는 마음 없이 온전히 존중하고 소중히 대하는 마음이 진짜 사랑이라고 해요. 지난해 읽은 책 《인생의 역사》에는 이런 구절이 나왔어요. 사랑한다는 것은 상대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사랑하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라고요. 그때 그 말뜻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런 사랑은 진짜가 아닙니다.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상대를 위해 무언가를 한다는 뿌듯함을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리고 그렇게 하는 자신을 사랑하면서요. 이것은 정말 이기적인 사랑입니다. 상대가 전혀 없는, 나만을 위한 사랑이죠. 진짜 사랑은 그 사람의 외모나 능력, 상황과 여건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정신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책에서는 지독한 사랑을 고백하다가 상대가 돌아서면 상대를 죽이는 사랑을 예로 들어요. 상대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상대를 죽여서 누구도 소요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뜻을 꺾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정신을 지켜주고 원하는 것을 더 잘할 수 있게 해 주는 거예요. 간혹 선교사가 순교하면 그 부인이 남편의 뜻을 이루기 위해 선교의 전선으로 뛰어드는 것처럼요. 그 사람의 정신과 이루고자 했던 꿈과 소망까지 사랑하는 것이 진짜 사랑입니다. 가짜 사랑에 익숙하고 내 중심적인 사랑에 익숙한 저는 당황해요. 남편이 무엇을 진정 이루고 싶은지를 아직도 모르고 있으니까요. 진정한 사랑을 위해 나를 향한 관심과 시선을 내려놓고 상대에게 집중해 봐야겠습니다. 딸들이 진정 원하는 것과 남편이 원하는 것들을 지극한 관심으로 관찰하면서요. 책에서 가짜 사랑을 개인만의 문제로 얘기하지 않습니다. 신자유주의 물결에 따라 공동체가 급격하게 해체되어 공동체가 거의 사라진 사회의 문제라고 해요. 또한 개인이 파편화되면서 서로 협력하고 사랑하는 존재로 서로를 보는 것이 아니라 경쟁의 상대로 보게 되면서 더욱 가짜 사랑이 판치게 되었다고 합니다. SNS를 통해 보여주는 사랑이 넘쳐나고,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현실에서 볼 수 없는 환상에 가까운 사랑 이야기가 당연하게 나옵니다. 현실에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것인데도 그것을 보는 사람들은 점점 더 가짜 사랑에 익숙해지고, 진짜 사랑을 잃어가요. 어떤 것이 진짜 인지, 가짜 인지도 모른 채요. 이렇게 된 큰 요인으로 물질주의를 통한 돈의 힘입니다. 돈이 사람보다 우선이 된 한국 사회에서 돈이 사랑까지도 지배하게 된 것이죠. 서로를 존중하고 신뢰하는 관계가 아니라 돈에 의해 서열이 매겨지고 서로서로 도미노식으로 갑질을 하면서 더욱 피폐해집니다. 그래서 저자는 해결책으로 생존 불안을 없애기 위해 기본 소득을 얘기해요. 먹고사는 것에 대한 불안이 사라지면 불안이 줄어들고, 돈의 위력도 힘을 조금은 잃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존중 불안을 부르는 계층 간 불평등도 해소되게 된다고 해요. 저자의 고등학교 지각 벌칙에 대해 나오는 부분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지각하면 다 같이 운동장을 열 바퀴 돌고 교실로 들어가던 벌칙을 어느 날부터 선착순 2명으로 끊으면서 지독한 경쟁과 반칙이 난무하게 되었다고 해요. 지난 학교생활을 보면 거의 대부분 경쟁을 유발하는 벌칙이나 상벌이 많았습니다. 굳이 그렇게 할 필요도 없을 것 같은데, 너무 오래 그렇게 해 오다 보니 무엇이 잘못인지도 모르고 당연해졌지요. 이제라도 진짜 사랑으로 가는 사회를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겠습니다. 개인은 개인의 일을, 국가나 공동체는 그들의 일을 당장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더 길고 넓은 안목으로 해야겠습니다. 기본 소득도 조금 더 활발하게 논의되고, 다양한 의견들을 수용하면서 발전했으면 좋겠어요. 선거철 한철 공약이 아니라. 모두가 행복하고 사람을 살리는 진짜 사회는 그냥 오지 않으니까요. 사랑하기와 사랑받기 사이에서 힘들어하고 있나요? 당신의 사랑이 매번 쉽지 않고, 실패로 끝나나요? 이 책을 읽어 볼 것을 권합니다. 가짜 사랑을 구별하고, 진짜 사랑으로 성장할 수 있을 거예요. 다소 불편하고 아프지만, 확실한 처방전입니다.

    사랑을 잊은 한국 사회, 더 나은 미래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SNS와 대중 매체가 실체 없는 사랑의 이미지를 전시하는 사이, 우리는 평등하고 진실한 관계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사랑과 행복을 다투듯이 과시하는 모습은 우리가 사랑에 실패하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입니다. 사람들이 사랑을 다투듯 과시하는 심리는 무엇인가? 주류 심리학은 왜 문제의 진짜 원인을 은폐하는가? 진짜 사랑은 왜 필연적으로 사회개혁을 향하는가? 파편화된 개인들의 무한경쟁시대를 향해 사회심리학자 김태형이 던지는 진취적인 질문은 필요에 따라 상대를 이용하는 도구적 사랑인 가짜 사랑으로 인간 소외와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에 대해 가짜 사랑의 유형과 그 폐해를 낱낱이 분석하며 진정한 사랑을 막는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사랑은 보통 개인적인 감정으로 여겨지며, 사랑에 실패하는 이유 역시 개인적 문제로 치부되곤 하는데, 실제로 주류 심리학에서는 사랑의 실패를 개인의 성격적 결함이나 정신 병리 탓으로 돌립니다. 그러나 이는 사회라는 근본적 원인을 은폐하는 것에 불과하며, 이기주의를 조장하는 사회에서 상대를 조건 없이 사랑하는 능력을 함양하기란 지극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는 자본주의적 생존 경쟁이 극에 달해, 사람들은 경쟁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생존이 위태로워질 거라는 극심한 불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가짜 사랑의 진짜 이유는 이러한 불안이 초래하는 이기주의와 공동체 붕괴입니다. 따라서 진정한 사랑이 가능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선 반드시 사회문제 해결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전작 《가짜 자존감 권하는 사회》와 《가짜 행복 권하는 사회》에서 심리 문제와 한국 사회의 인과관계를 밝히고 주류 심리학의 한계를 비판했던 저자는, 이번 책에서 '사랑'을 중심으로 한국 사회의 현주소를 진단합니다. 각자도생 사회가 부추기는 불안과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왜 사회가 건강해야 하는 지를 날카롭게 진단하며, 계산기 두드리며 이것저것 재는 사랑이 아닌, 진정한 사랑을 하면서 살기를 갈망하는 이들에게 다정한 위로를 전하며, 사랑이 충만한 행복한 사회로 나아가는 희망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평등하고 진실한 관계를 잃어가고 있다.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호화로운 프러포즈를 자랑하는 문화가 퍼지고 있다는 기사가 두루 공유되며 주목받고 있습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이 완벽한 사랑의 이미지에 일상적으로 노출된 채 생활하면서, 가까이 있는 사람이 자신보다 더 부유하고 행복하게 생활하는 모습을 보면서 박탈감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연인 사이가 불안정할 때 더욱 열심히 관계를 과시하는 SNS 게시글을 올린다는 한 연구 결과에서도 볼 수 있듯, 이런 전시 행위는 그 사람의 삶이 실제로 행복한지와는 별 관계가 없습니다. 오히려 행복마저 경제적 성공의 척도로 보는 한국 사회에서 패배자로 비치지 않기 위해 보여주기에 집착하는 것에 가깝게 느낄 뿐 더 큰 문제는 이런 행위가 다시 타인의 열등감을 자극해 사회를 더 불행하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문제는 이런 게시글이나 이미지가 현실을 오해하게 만들어 사람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한다는 데 있습니다. 만일 절대다수가 솔직하게 사랑의 어려움이나 실패를 토로하거나 불행을 하소연한다면 사람들은 나 혼자만 사랑의 실패와 불행으로 고통받는 게 아니라는 걸, 따라서 이는 모두의 문제라는 걸 깨닫고 '모두가 사랑에 실패하고 있다면 그것은 개인이 아닌 잘못된 사회 때문이 아닐까?'라는 합리적 의심을 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치열한 경쟁 사회, 서열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사랑의 어려움이나 불행을 솔직하게 드러내기를 두려워합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진짜 사랑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요소로 가득하다. 사람은 아무런 조건 없이 사랑받는 경험을 통해 성장하고, 나아가 공동체의 지지를 받으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존재입니다. 그러나 현대 한국의 신자유주의 무한경쟁 체제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것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여 도구화합니다. 이러한 체제를 내면화한 사람들은 자연히 인간관계에서도 이해득실을 따져 가며 손해 보는 사랑을 하지 않으려고 애쓰는데, 이는 필연적으로 인간 소외와 개인화를 초래합니다. 거기다 경쟁에서 패배해 돈을 벌지 못하면 생존 자체를 위협받을 거라는 생존 불안, 그리고 다른 사람보다 경제적으로 빈곤하면 사회에서 멸시받을 거라는 존중 불안은 모든 타인을 잠재적 경쟁자로 여기게 만들어 주변 사람을 향한 적개심을 부추겨 공동체를 파괴했습니다. 사회가 낳은 생존 불안과 존중 불안이라는 이 두 원인이 사람들의 정신건강을 악화하여 사랑에 실패하도록 만드는 주범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