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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뉴스의 시대'를 사는 우리는 딜레마에 빠져 있습니다. 매일매일 쏟아져 나오는 뉴스와 가까이하자니 그 물량 공세 앞에 자칫 헤매기 쉽고, 떨어져 있자니 시대에 뒤처지지 않나 불안한 것입니다. 뉴스와 일상적으로 만나면서도 거리를 두고 검토할 줄 아는 지성이 요청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는데, 바로 이 책의 지향점입니다. 정치 뉴스, 해외 뉴스, 경제 뉴스, 셀러브리티 뉴스, 재난 뉴스, 소비자 정보 뉴스 등 각 분야로 구분해 뉴스의 역할에 관해 친절히 조명하고 있으며 누구나 읽어야 할 지침서입니다.

    알랭 드 보통 (지은이), 최민우 (옮긴이), 문학동네 (출판)

    뉴스의 시대를 건강하게 살아가는 법

    그 많은 뉴스들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 여러 해 동안 소비한 뉴스 중 우리에게 남는 건 무엇일까. 그 수많은 흥분과 두려움은 우리 안의 어디로 가는 걸까. 그 어느 시대보다도 뉴스를 통해 엄청난 양의 정보를 얻지만, 이상하게도 점점 더 지혜를 얻기 힘들어집니다. 이 책은 뉴스의 세계를 보다 효과적으로 항해하는 법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하는 책입니다. 정치 뉴스는 왜 그리 재미없게 느껴지고, 경제 뉴스는 왜 그렇게 딱딱하게만 느껴지는지, 왜 우리는 셀러브리티의 연애 소식에 그토록 집착하는지, 다른 나라에서 벌어지는 격변은 어쩌면 그렇게 남의 일처럼만 느껴지는지, 끔찍한 재난 뉴스가 역설적인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언론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꼼꼼하게 따져 묻게 됩니다. 끊임없이 쇄도하는 뉴스 기사와 이미지는 혹시 아무도 모르는 새 우리의 영혼을 갉아먹고 있는 것은 아닐까. 뉴스를 통해 간접적으로 타인, 그리고 세상과 접촉하지만 그것은 진정하고도 구체적인 만남이라고는 할 수 없기에, 우리는 세계의 중요한 문제에 대해 오히려 무관심해지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알랭 드 보통이 궁극적으로 묻는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세계와 나, 타자와 나의 만남이 진정한 것이 되려면 이러한 간접성을 보다 생생한 인간의 이야기로 채워나갈 수 있을 때만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또한 뉴스가 그러한 생동감 넘치는 만남을 주선하는 매개체가 될 때, 우리는 나의 불안과 근심만으로 괴로워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 혹은 사회의 기쁨과 고통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이상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방안들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쏟아지는 정보에 휩쓸리지 않고 미디어를 소비하는 방법

    우리는 뉴스의 시대를 살아간다. 그런데 정작 이것을 어떻게 소비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한동안 떠들썩했던 종편 채널 문제와 더불어 지난 대선 터졌던 국정원 댓글 사건 같은 큼지막한 일들을 경험하며 어렴풋하게나마 이 뉴스라는 것이 진실만을 말하고 있지는 않구나 정도는 많이들 알게 되었을 성싶다. 그러나 내 성향에 맞는 뉴스를 선택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제. 그렇다고 뉴스를 끊고 살 수는 없지 않은가. 뉴스 없이는 살지 못하는 현대인들. 뉴스가 변하지 않으면 시청자가 변할 수밖에 없습니다. 권력을 공고히 하길 소망하는 당대의 독재자는 뉴스 통제 같은 눈에 빤히 보이는 사악한 짓을 저지를 필요가 없습니다. 그 또는 그녀는 언론으로 하여금 닥치는 대로 단신을 흘려보내게만 하면 된다. 뉴스의 가짓수는 엄청나되 사건의 배경이 되는 맥락에 대한 설명은 거의 하지 않고, 뉴스 속 의제를 지속적으로 바꾸며, 살인자들과 영화배우들의 화려한 행각에 대한 기사를 끊임없이 갱신하여 사방에 뿌림으로써, 바로 조금 전 긴급해 보였던 사안들이 현실과 계속 관계를 맺은 채 진행 중이라는 인식을 대중이 갖지 않도록 조처하기만 하면 됩니다. 이 책은 쏟아지는 정보에 휩쓸리지 않고 미디어를 소비하는 방법 즉, 뉴스 항해술과 같습니다. 대소사에 대해 떠들면서도 정작 뉴스 자신은 말하지 않는 것이 바로 뉴스라는 촌철살인으로 도입부를 여는 게 특징인 것 같습니다. 이어서 정치, 해외, 경제, 유명인, 재난, 소비자 정보, 여섯 가지로 뉴스의 범주를 크게 나누고 미디어라는 망망대해를 좀 더 안전하게 건널 수 있는 항해술을 공유합니다.

    뉴스가 늘 올바를 수는 없다.

    흔히들 '알랭 드 보통'을 "일상의 철학자"라 불리는 데 그가 펴낸 책들을 보면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일의 기쁨과 슬픔" "불안" "영혼의 미술관" 등인데 우리가 쉽게 지나쳐버리는 일상 중 소소한 일을 냉철하고 분석적인 시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는데 그건 아마도 에세이 형식에다가 전문적인 내용은 가급적 배제하여 일반인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시점 때문입니다. 이 책은 뉴스의 주요 분야별로 나누어 상세히 다루고 있는데 정치, 해외, 경제, 셀리브리티, 재난, 소비자 정보 등 6가지로서 각 분야별 저자의 생각과 의견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특히 정치뉴스에선 뉴스가 가진 자기 결정적인 효과를 해외뉴스에선 구체적 사건뒤 숨어있는 보편적 가치를 경제뉴스에선 극소수만이 경제체제 작동방식을 이해함을 셀리브리티 뉴스에선 유명인에 대한 추앙과 모방 그리고 질투심을 재난뉴스에선 다른 사람들만의 일이 아니라는 안도감을 소비자정보제공 뉴스에선 물건을 소유함으로써 변화하길 바라는 심리를 통해 뉴스를 아무런 생각 없이 또는 여과 없이 받아들이는 우리들에게 뉴스자체의 고유특성과 뉴스를 대하는 우리들의 심리를 적나라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저자의 이야기처럼 뉴스는 우리 주변에서 넘쳐나고 있고, 밀려오는 뉴스들의 홍수 속에서 나에게 도움이 되고 필요한 뉴스들을 찾아보기보단 흥미위주의 자극적인 뉴스들에 먼저 눈이 가게 됩니다. 더욱이 뉴스가 전달하는 내용을 아무런 가치 판단 없이 받아들이고 쉽게 사실로 간주해 버리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우리들의 특성을 제대로 드러낸 영화가 바로 "더 테러 라이브"입니다. 자극적이고 흥미를 끄는 뉴스에만 관심을 가지고 그 속에 숨겨진 의미나 가치에는 무관심한 현대인들의 심리를 가장 적절하게 잘 묘사한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책을 읽은 느낌을 말하자면 "뉴스가 늘 올바를 수는 없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종교의 역할을 대체하는 뉴스가 극소수에게 독점되던 시대를 넘어 모든 이 들에게 넘쳐나도록 제공되는 현대이지만 뉴스사용에 대한 설명이나 교육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우리들에게 한 번쯤 뉴스 자체에 대해 생각을 해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