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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한두 개의 후회를 안고 집으로 돌아가는 우리 내일은 꼭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는 진솔한 다짐을 전하는 이야기입니다. 살다 보면 쓰고 싶고, 쓰다 보면 말하고 싶어지는 잘 쓰인 마음들과 다정다감 위로의 대화들 일기 쓰는 세 여자의 오늘을 자세히 사랑하는 법을 배웁니다.

    천선란, 윤혜은, 윤소진 (지은이), 한겨레출판 (출판)

    잘 살아가고 있다는 그 마음 하나로 살아가는 우리

    천선란, 윤혜은, 윤소진 세작가의 일기를 담아내었으며 서로의 글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교환일기 형식의 글입니다. 글을 업으로 삼으면서도 취향, 성격, 일상 등 모두 다 제각각인 세 사람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따뜻하게 서로를 위로합니다. 평소 작가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삶에 지치고 힘든 사람들에게 꼭 이 책을 건네주고 싶은 욕구가 들었습니다. 내면의 이야기를 드러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더욱이 자신의 삶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완벽하지 않음을 인정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세 작가는 나에게서 뻗어 나가는 줄기를 통해서 다양한 형태의 삶을 이야기하고 자신을 이야기합니다. 또한, 세 작가는 내면의 이야기를 조금씩 풀어내며 자신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힘듦을 해소하는 방법을 공유합니다. 삶의 의미를 찾는 과정을 공유하며 매번 최선을 다하며 매일을 열심히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일기를 쓰면서 스스로를 정리하고 사유하며 삶의 의미를 찾는 여정에 동행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고민과 생각을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삶도 되돌아볼 수 있게 만듭니다. 또한, 이들은 삶의 의미를 찾는 과정을 공유하며 독자들에게 따뜻한 위로로 삼는 일이 것입니다. 각기 다른 따뜻함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았고 큰 위로가 됐습니다. 때론 지치고 힘들 때, 잠시 그 자리에 서서 뒤를 돌아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속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연료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고 살아온 것 같습니다. '엉망으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는 에세이의 편견을 깨준 책입니다. 각자의 경험을 나누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생각의 폭을 넓혀가는 과정을 거칩니다.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세 작가의 솔직하고 유쾌한 이야기에서부터 비롯된 일입니다. 일기와 대화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 만큼 일기에는 각자의 삶에 대한 진솔한 고민과 소소한 일상의 행복이 담겨있습니다. 그 속에서 삶과 인생 그리고 관계에 대한 깊은 통찰을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살다 보면 쓰고 싶고, 쓰다 보면 말하고 싶어지는 잘 쓰인 마음들과 다정다감 위로의 대화들

    대학 선후배로 모인 세 사람의 인연에는 문예창작학을 전공하였지만 그 과정이 녹록잖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인문계 고등학교에 좀체 적응 못 하고 학기 중 가족 몰래 예고에 편입한 천선란, 학창 시절 내 해온 음악을 포기하고 글 쓰는 대학에 입학한 윤혜은, 담임 선생님의 권유로 본 예고 실기에 덜컥 합격해 버린 윤소진, '엉망으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는 3부에 걸쳐 그들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글쓰기의 운명적인 시작과 그 후일의 이야기를 속속들이 파헤칩니다. 1부에는 누구 하나 좋다는 사람 없이 후회막심인 이십 대를 뒤로하고 이젠 지나치게 하나의 나에게 집중하지 않겠다.라는 선언으로 무장한, 막 삼십 대에 접어든 세 사람의 인생관이, 2부에는 결혼에 관심 없는 세 사람의 결혼식 로망이라거나, 만남과 이별, 모녀의 이야기 등 관계에 관한 꾸밈없는 고백이 녹아 있습니다. 3부는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이든 좋다는 소설가, 음악 없는 세상을 상상해 본 적 없는 에세이스트, 무언가를 좋아하고 시작하기에 망설임 없는 편집자가 밝힌 지금의 삶을 더 세세히, 가치 있게 돌보는 방법이 담겨 있습니다. 솔직하게 쓰다 보니 넘치는 말이 많아져서일까. 유재석의 〈핑계고〉보다 우리가 먼저라고 주장하는 세 사람이 서로의 일기를 핑계 삼아 시작해 온 대담은 책에 '일기떨기'라는 별면으로 실려 있다. 수다스러운 테이블에 함께 앉아 있는 기분이라는 〈일기떨기〉 애청자들의 말처럼, 엉망으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의 다정한 대담들은 우리를 책장 앞에 앉힌다. 누군가 내 일상에 침투해 말씩이나 더해주는 것은 얼마나 귀한 일인가. 그런 순간만큼은 삶을 협업하는 느낌과 더불어 다른 이의 사연과 말이 건네는 위안을 만끽해 봐도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이토록 귀하고 사랑스러운 "엉망"

    내 생각이 온전히 이해받으리란 믿음이 충만한 채 타인에게 나를 드러내는 행위가, 요즘에는 얼마나 조심스러워졌는지 생각했습니다. 가깝지 않은 사이는 영 내키지 않아서, 가까운 사이는 혹시라도 잃게 될까 너무 귀해서 그렇다. 그래서 내 친구들이 아닌데도, 이렇게 진솔하게 자신의 마음과 상태를 고스란히 전하는 일기가 너무나도 사랑스럽게 다가왔습니다. 남을 보여주기 위해 쓰는 일기 특유의 가식과 생략이 없었기에, 또 거리 두기에는 나와 너무 가까운 이야기들이었기에 가볍게 읽어야지, 하고 시작했다가 많이 웃고 또 눈물이 핑 돌기도 했습니다. 꼭 친한 친구들과 수다 떠는 느낌이었다. 네 얘기에 나도 눈물이 날 만큼 진지한 이야기를 하다가도, 뜬금없이 튀어나온 실없는 얘기에 또 신나서 떠드는 일입니다. 책의 후반부에는 친구들끼리 떠는 즐거운 수다를 구경만 하고 있는 느낌이라 너무 근질근질해져서, 친구에게 선물할 요량으로 내가 하고 싶은 말과 내가 들었던 생각을 메모에 적어 마구마구 붙여놓았습니다. 이렇게라도 너와 맞닿고 싶어서, 그 연결된 감각이 내게 필요해서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마지막 장까지 읽고 책을 덮은 뒤 제목을 보니 엉망으로 열심히 살고 있다는 말이 참 좋았고 힘이 됐습니다. 서로 다른 모양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나는 절대 엉망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엉망이어도 열심히 사는 작가들의 모습이 정말로 반짝였습니다. 그래서 나의 평범한 일상도 꾸준히 길어 올린다면 반짝이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나에겐 당연해도 남들 눈에는 새삼스레 귀하고 사랑스러운 구석이 있으리란 근거 없는 믿음이 차올랐다. 그래서 내년에는 다시 일기를 성실히 쓰려한다. 내 일상 속 반짝임을 길어 올리고, 부지런히 수집하기 위해서, 또 내게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위해서, 내년에는 나로 사는 일이 더 익숙해지면 좋겠습니다.